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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
스톡홀름 증후군

자신을 다치게 하고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실제로 죽이려고 하는 가해자를 동정하는 것, 바로 인질 사건에서 인질이 범죄자에게 동조하고 감정이 동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현상을 나타내는 '스톡홀름 증후군'입니다. 이성적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스톡홀름 증후군의 유래

1973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크레디트반켄 은행에 강도(얀에릭 올슨, Jan-Erik Olsson)가 침입하여 3명의 여자와 1명의 남자를 인질로 잡았고, 스웨덴 법무부 장관과의 협상에서 지인 석방과 돈, 탈출을 위한 차량을 요구하며 6일간 경찰과 대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납치범들은 인질 중 한 명이 가족과 연락하지 못하자 인질을 위로하고, 감기로 힘들어하자 코트를 벗어주기도 하고, 폐쇄 공포를 느끼자 밧줄을 풀어주고 밖으로 나가게도 해주며 정신적으로 사로잡았습니다. 둘째 날부터 그들은 서로 이름을 교환했고, 인질들은 납치범들보다 경찰을 더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국장이 인질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은행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미 도리어 인질들은 경찰에게 더 적대적으로 대하고 납치범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후 오히려 납치범들을 경찰로부터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이 금고에 최루탄을 발사하자 납치범들은 즉시 항복했고, 경찰은 인질들을 먼저 나오라고 요구했으나 납치범들을 보호하던 4명의 인질들은 이를 끝내 거부했습니다. 금고에서 인질들과 납치범들은 서로 포옹하고 악수하면서 헤어졌으며, 경찰이 납치범들을 체포하자 인질들이 도리어 '그를 다치게 하지 말아 달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납치범들에 대한 인질들의 비합리적인 애착은 대중과 경찰을 당황시켰으며, 경찰은 심지어 인질이 강도 사건을 같이 계획한 것인지 조사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도리어 납치범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며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고, 납치범은 징역 10년을 받고 출소한 이후 교도소에서 팬레터를 보내온 여성 중 한 명과 결혼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범죄 심리학자인 닐스 베예로트가 뉴스 방송에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와 같은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발생 조건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친절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피해자의 자아(ego)는 이를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가해자의 폭력적 행동을 합리화하게 되는데, 이는 가해자에 대한 증오보다도 더 클 수 있습니다. 생존의 위협뿐만 아니라 가해자 이외의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가해자의 친절함을 유일한 생존 방법으로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공포 유대(terror bond) 혹은 트라우마적 유대(trauma bond)라고도 합니다. 이전의 다른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력감을 종종 경험했던 사람들 특히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스톡홀름 증후군에 더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로 누군가가 두려울 때, 내가 그 두려운 대상처럼 되려고 함으로써 그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려는 심리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실제 사례들

2014년 5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칠곡 아동 학대 살인사건'을 재조명하는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계모에게 학대를 당해오던 두 자매가 계모를 동정하거나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였습니다. 이와 같이 스톡홀름 증후군의 사례를 보면, 학대 아동이나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내 등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위의 사건에서 계모는 아이들을 때리거나 학대 행위를 한 후에는 안아주거나, 사랑해서 그랬다,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학대를 당한 후에 잠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계모를 동정하고 연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보다 이전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사이에 '무전 유죄'를 외쳤던 지강헌 일당과 부유한 사람에 대한 이상하리만큼 분노를 표출했던 지존파 일당의 연쇄 살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 사건에는 모두 인질이 있었습니다. 당시 인질로 잡혔던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 다른 악질 범인과 다르다며 탄원서를 써주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지존파로부터 도망쳐 나와 세상에 알렸던 A 씨는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범인의 면회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인질극에서의 극도의 스트레스와 근육 긴장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뇌에서는 자신의 육체를 지키기 위해 이와 같은 호르몬을 '사랑'이라고 최면을 걸어 상황을 안전하다고 속이게 만듭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치료법

스톡홀름 증후군은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현재까지는 질병이라기 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됩니다. 구체적인 치료법은 현재까지 없지만, 다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림 치료나 인지 치료, 약물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좋은 치료는 주변 사람입니다. 가족 구성원의 지지와 애정이 극복하는 데에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자주적이지 않기 때문에 범인에게 동조하는 결과도 생기는 것이므로, 주변 사람들이 자주적인 사람이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꾸준하게 칭찬해 주어 벗어나게 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